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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ho의 여행

엄마와 함께 놀멍 쉬멍 느릿느릿 제주도 여행 - 출발



제주도는 두번 가보셨지만 구경다운 구경은 제대로 못해 보셨다는 울 엄마
너무 오래전에 가보고 이젠 기억도 가물가물한 나
처음으로 모녀 단 둘이 제주도 여행을 가기로 의기 투합
비행기표는 마일리지를 이용하기로 하고 성수기를 피해 얼른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말이 나오자마자 2주 후로 여행 날짜를 잡고 부랴부랴 제주도 여행카페도 가입하고 여기저기 인터넷 검색을 이용 나름대로 열심히 3박4일 여행 스케쥴을 짰습니다.
저도 남부럽지 않은(?)즈질 체력의 소유자이고 엄마도 이젠 회복되시긴 했지만 여러차례 대수술로 체력이 많이 약해지신터라 무리한 여행은 어렵다고 생각해서 성산 일출봉 근처에 숙소를 잡고 근처에 있는 몇군데 관광지만 둘러보는 여유로운 일정의 스케쥴을 짜기로 했어요.
깔끔하고 위치가 좋기로 입소문난 숙소를 찾아 예약하고 이번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맛집을 검색. 여러 사람들이 일관성있게 추천하는 믿을만 하다고 생각하는 곳들을 리스트에 넣었습니다.
사실 특별히 미식가도 아니고 (내 돈 내서)먹는데 큰 돈을 들이는 걸 아까워 하는 편인지라 저 혼자하는 여행이었다면 3박 4일 내내 빵이나 라면만 먹어도 그다지 불만은 없었겠지만 아무래도 어른을 모시고 하는 여행에서는 먹는데 차지하는 비중을 무시하기 어렵거든요.
아무튼 여기저기 가야할 곳의 위치도 알아둘겸  미리 다음 지도 검색을 통해 길을 따라 걷는 시뮬레이션도 해보고 교통편도 알아보고 이런저런 자잘한 정보들을 공부(?)하다보니 어느덧  떠나야 할 날이 왔습니다. 두둥!!!!  



6월 7일~ 6월10일까지의 3박 4일 제주도 여행
첫날





오랜만에 와본 김포 공항입니다.
수학여행을 가는 학생들과 단체로 여행가는 관광객이 많아서 북적북적하네요.


공항에 왔으니 비행기도 찍어주시고!
먼 곳을 가든지 가까운 곳을 가든지 비행기를 보면 언제나 가슴이 설레는 촌스런 녀자입니다 ㅎㅎ

  
기내 서비스 커피 한잔을 마시고 나니 채 1시간도 안되서 제주공항에 도착! 



공항 2번 게이트로 나와 100번 버스를 타고 4~5정거장을 가서



성산일출봉으로 가기위해 제주 시외버스 터미널에 하차합니다.
(도착한 날 사진이 없어서 떠난 날 찍은 터미널 사진을 올립니다)


점심으로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은 근처 현옥식당이란 곳에서 해물을 듬뿍넣어 시원한 국물맛이 일품인 된장찌개로 만족스러운 첫 식사를 해결했습니다. 기사식당으로 유명한 곳인데 백반이 3000원이라는 놀라운 가격!! 된장찌개 역시 5000원으로 저렴하면서도 맛있습니다. 두루치기도 유명하다고해요.  
먹느라 정신이 없어서 미처 사진은 못찍었네요 ^^;;




자 이제 배를 든든이 채우고 이제 터미널에서 한사람당 3000원에 표를 끊고 제주도를 동쪽으로 반바퀴 도는 동회일주선을 타고 성산 일출봉으로 출발합니다.
(정류장 이름은 성산리 사무소)기사분에게 꼭 성산일출봉을 가느냐고 확인하고 타셔야합니다.
같은 동회선이라도 성산일출봉 앞을 경유하지 않는 버스도 있거든요.
제주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성산일출봉까지는 1시간 반 정도가 걸리는데 편하게 택시를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3만원 정도 나온다고 합니다.)마치 외국어 같은(?) 제주 사투리를 쓰시는 시골 아주머니들의 대화를 들으며 창밖으로 보이는 아기자기한 제주 시골의 모습과 바다를 구경하는 시외 버스투어(?)도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1시간 반의 즐거운 버스여행 끝에 성산일출봉에 도착
바로 근처에 위치한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쉬다가
산책 삼아 근처에서 광치기 해변까지 30분 정도 걸리는 올레1코스 마지막 구간을 걸어보기로 합니다.


맑은 공기와 바닷내음 가득한 광치기 해변
흐읍~~~매연에 찌든 허파가 세척되는 느낌이예요!!


우리보다 앞선 올레꾼들이 걸었던 발자국이 보입니다.


마냥 걸어도 피곤지 않을 것만 같아요.. ^^ 


뒤를 돌아보니 우리가 출발한 성산일출봉이 보이네요.



광치기 해변을 걷다 발견한 르클레지오의 제주 기행문중에서 성산일출봉에 대한 감상입니다.
가슴 아픈 제주의 역사를 간직한 성산일출봉에 대해 한국사람인 저보다도 깊은 이해와 사랑을 보여주는 작가의 아름다운 글귀에 코끝이 찡.... 했어요.


섬에는 우수가 있다. 이게 어디서 나오는지는 알 수 없다. 그것이 마음을 갑갑하게 만드는 이유다. 오늘날 제주에는 달콤함과 떫음. 슬픔과 검정과 초록의 혼합. 이 섬의 우수는 섬 동쪽 끝 성산일출봉 즉'새벽바위'라 불리는 이 곳에서 느낄 수 있다. 이 봉은 떠오르는 태양을 마주 보고 선 가파른 검정이다.한국 전역에서 순례자들이 첫 해돋이의 마술적인 광경에 참석하러 오는 곳이 바로 여기다. 1948년 9월 25일 아침에 군인들이 성산포 사람들을 총살하기 위하여 트럭에서 해변으로 내리게 했을 때 마을사람들 눈앞에 보였던 게 이 바위다. 나는 그들이 이 순간에 느꼈을 것, 새벽의 노르스름한 빛이 하늘을 비추는 동안에 해안선에 우뚝 서 있는 바위의 친숙한 모습으로 향한 그들의 눈길을 상상할 수 있다.
냉전의 가장 삭막한 한 대목이 펼쳐진 곳이 여기, 일출봉 앞이다. 모든 것은 4월 3일(한국말로 사삼)에 제주에서 군대와 경찰에 의한 양민학살을 일으킨 진부한 사건으로 시작되었다.

오늘날 이 잔인한 전쟁의 기억은 지워지고 있다. 아이들은 바다에서 헤엄치고, 자신들 부모의 피를 마신 모래에서 논다. 매일 아침 휴가를 맞은 가족들은 바다에서 솟는 해를 보러 바위로 오른다. 숙청 때 아버지와 삼촌을 잃은, 시인이자 숙박업주인 강중훈 씨조차 시간의 흐름에 굴복했다. 그가 아무것도 잊어버리지 않았다면 - 그의 시 한편 한편이 그 9월 25일의 끔찍한 흔적을 지니고 있다 - 그걸 뛰어넘을 필요성도 알고 있다.


-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르클레지오의 2009년 프랑스 판 지오(GEO) 3월호 30주년 기념호에 실린 '제주 여행기' 중에서 - 





해변 끝까지 걸으려고 했지만 어무니께서 모래 해변을 걷는게 힘드시다고 ..  ㅠㅠㅠ
첫날은 무리하지 않는게 좋을 거 같아 시원한 바다를 바라 보며 잠시 여유있는 시간을 보내다 다시 숙소로 돌아옵니다.
내일은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대가 큰 우도를 가는 날이예요.
날씨가 좋기를 빌면서 잠자리에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