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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ho의 여행

겁 많은 처자의 나홀로 런던 여행기 9 (이별 준비)



그린 파크- 버킹엄 궁전과 더 몰 - 하이드 파크- 헤러즈 백화점 -빅토리아 & 앨버트 박물관

4월15일 금요일
런던 여행의 마지막 날
내일이면 런던을 떠난다는 서운함과 집에 대한 그리움, 혼자서 잘해냈다는 뿌듯함과 돌아갈 여정에 대한 불안감 등등 이런 저런 복잡한 생각들을 뒤로 하고 버킹엄 궁전을 보기위해 출발한다.
오늘은 튜브가 아닌 버스를 타고 그린파크에서 내려 버킹엄 궁전으로 고고
4월중순에서 8월외엔 하루걸러 거행된다는 근위병 교대식. 오늘은 홀수 날이라 4월엔 짝수 날만 거행된다는 교대식 보는 것은 포기했다. (그다지 볼게 없더라는 의견이 대세이고 나도 꼭 보고싶지는 않았기에 별로 아쉽지는 않았다) 





반달거리
어서옵쇼 푸른 공원


어차피 교대식을 볼 것도 아니니 산책 삼아  느긋하게 그린 파크를 가로 지른다.



그린파크를 통과하니 우와~~퀸 빅토리아 기념비다!!


공사중이라 다소 어수선한 기념비 주변


번쩍번쩍




역시나 궁전 앞은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왁자지껄하다. 


시끌시끌 와글와글 바글바글 우글우글 드글드글



다른 사람들과 섞여 버킹엄 궁전을 기웃기웃 구경하는데
갑자기 기마병들이 보이고 사람들이 우르르 몰린다.
이상하다 오늘 교대식이 없는 걸로 알고있는데 이건 뭐다? 



급한 마음에 카메라를 들이대기는 했는데 관광객들 뒤통수만 찍힌 키가 작아 슬펐던 10초 동영상



애드미럴티 아치와 이어지는 The Mall의 모습이다.
실제로 보면 훨씬 더 위엄있게 느껴진다. 



인파를 정리하는 기마 경찰 
주로 관광객을 상대해서 그런지 태도가 부드럽고 친절한 것 같았다. 


궁전을 지키는 근위병
멀리서 보니 레고 장난감 병정 같다. 귀요미~
옆의 병사와 자리를 번갈아 가며 특정한 동작을 하는게 재밌다. 


자세히 보면 국기가 걸려있다! 여왕님이 궁에 계신가 보다.

여왕님 손주분 결혼식 준비는 잘되가는지요~~~



 잠시 쉴 겸 점심도 먹을 겸 런던 최대의 공원 하이드 파크로 향한다.




가는 길에 본 기념비
화환이 놓여있는 걸로 봐서 무슨 추모를 위한 곳인 거 같은데 정확히 모르겠다.
 전몰용사를 위한 것이 아닐까? 


워털루 전투에서 나폴레옹을 무찌른 웰링턴 공작을 기리기 위한 웰링턴 아치



웰링턴 아치 앞에 있는 재밌는 신호등이다 
사진에서 잘 안보이지만 왼쪽 신호등에 말 모양이 따로 표시되 있었다.
말과 함께 나란히 서서 신호등을 기다리는 만화 같은 장면이 상상되며 웃음이 나왔다.




생각난 김에 농담 반 진담 반 한 마디
런던에서 제일 맘에 드는 것은 다름아닌 빨간불 무시하고 길 건너기다.(?)
교통신호를 어기는게 좋다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보다 보행자가 우선이라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사람들 인식이 좋다는 것이다.  호주에 갔을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아마도 선진국이라 하는 유럽의 많은 나라들도 이렇지 않을까 짐작한다.
운전자는 빨간불이라도 횡단 보도에 사람이 서 있으면 멈춰주고 늦게 건넌다고 신경질적으로 빵빵거리는 경우도없다.
첫날 런던에 처음 도착해서는 빨간 불에도 당당히 길을 건너는 런더너들의 꽁무늬를 쭈볏쭈볏 따라 건넜는데 나중엔 건너라고 멈춰 서주는 차들 때문에 나도 Wait버튼을 누르고서도 기다리지 않고 그냥 건너게 됐다.
덕분에 길 건너는 거 하나는 완벽 런더너로 변신!! ㅋㅋ
늘 보행자 보다 차가 우선인 대한민국 뚜벅이 족으로서는 즐거운 경험이었다. 
그래도 늘 조심해야 할 것은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차 다니는 방향이 우리나라와 반대라는 것
알고는 있어도 무의식적으로 왼쪽을 보고 길을 건너다 뒤늦게 반대쪽에서 달려오는 차를 보고 식겁한 적도 있었다.




Aspley House(웰링턴 박물관) 앞의 Royal Artillery Memorial
세계제 1차대전 당시 왕실 포병대 업적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다.


나폴레옹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웰링턴 공작 기념 동상


금세 하이드 파크에 도착했다 지도만 봐도 엄청난 크기란 것을 알 수 있다.

 

하이드파크 안에 있는 동화같이 예쁜 정원 로즈가든이다.



런던아이? 아니 회전 관람차다 ㅋ



왜인지 모르겠지만 런던에 다녀온 분들이라면 99%는 찍어 오는 다람쥐 사진.
나도 한장 찍어 봤다. 



엄훠 찍지 마셔요 초상권이 있거든요 버럭!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는 런더너들



서펀타인 연못
이곳 벤치에 앉아 간단한 점심을 먹으며 휴식을 취했다.



오리들아 내일이면 이 언니는 런던에 없단다..흑흑



하이드 파크 뿐아니라 다른 공원들도 이런 예쁜 의자들이 놓여 있는데 사용료를 내야한다.



축구하는 미래의 베컴과 루니 아가들



하이드 파크 코너에 위치한 이 늠름한 자태의 아킬레스 조각 역시
영국이 사랑하는 웰링턴 공작을 기리기 위한 것이다.



 

이제 하이드 파크 코너 역에서 한 정거장 거리의 해러즈 백화점으로 향한다
고급 백화점의 대명사로 알려진 해러즈 백화점이 있는 나이트 브리지 지역은 명품상점들이 즐비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나는 명품숍 보다 H&M같은 저렴하고 대중적인 매장 구경이 더 재밌고 편한 평민.^^;;




헤러즈 백화점 근처에서 본 마차 

아마도 VIP 고객용?



스위스 주간인지 백화점은 온통 스위스 국기 물결이다



백화점 안에는 진짜 물건을 사러 온 고객 보다는 관광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많은 거 같았다.
예전엔 옷차림이 허술하면 백화점 입장이 거부됐다고 하는데
요즘은 많이 완화 됐다고 한다.



백화점은 품위있고 우아한 분위기였지만 기대한 것 만큼 대단하지는 않았다.
다만 디스플레이 방식이나 같은 명품에도 영국인들이 선호하는 디자인들이 우리나라와는 차이가 있는 것 같다.
Tea 를 파는 곳에는 선물을 사기 위한 사람들로 붐볐는데 솔직히 너무 비싼 느낌이다.
하지만 받는 사람 입장에서 본다면 HARRODS란 이름이 찍혔다는 것 자체가 기념이기도 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것 같기는 하다.
백화점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나와서 크롬웰 로드를 따라 V&A 박물관으로 향한다






세계적인 장식 미술관으로 잘 알려진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이다.


 

박물관에는 모두 4개 층에 걸쳐있는 컬렉션들의 총 거리를 합하면 무려 11km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양의
전시품들이 있다.
따라서  박물관의 모든 전시실을 다 본다는건 애초에 무리
관심있는 라파엘 갤러리와 쥬얼리 관 등을 중점적으로 관람했다.
(커다란 규모의 주조물 전시실에 전시된 작품들이 다 모조라는 걸 알았을 땐 살짝 배신감이..;;;)
한국관도 있었는데 이런.. 너무 초라하다. 영국 박물관에 있는 한국관은 말들이 많아서 아예 안봤는데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는 그나마 V&A에 있는 한국관이 더 낫다고 한다.
도대체 영국 박물관 한국관이 어떻길래....씁쓸하다.

 CF에만 돈 펑펑 쓰지 말고 투자하려면 좀 이런데다 제대로하란 말이다.


영국에서 공연 된 유명 연극에서 배우가 입은 의상이나 분장실 등을 재연한 연극 전시실에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뮤지컬 라이온 킹의 의상등도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특히 여러 의상들을 걸어놓고 자유롭게 관람객들이 입어보고 촬영하는 곳도 마련되어있다.




중간에 잠시 휴식을 할까 나왔더니 이런 공간이 있었다
사진 보다 직접 보는게 훨씬 멋지다.



원래 박물관이나 갤러리에 가면 감상에 집중하느라 사진을 찍지 않는 편인데
이 연극 전시관은 의상들도 재밌고 관람객들도 자유로운 분위기로 즐기는 분위기라 
나도 재미삼아 몇 장 사진을 찍었다.
직원들 역시 플래쉬를 터트려도 제지하지 않았다.



라이언 킹 무대의상



무슨 연극에 나온 의상이었는지 잊어버렸다..-_-;;


전시실 한 켠에 걸려있는 시대극 의상들을 입어보고 즐거워하는 관람객들

 

전시실 중간에서는 영국에서 공연된 연극과 뮤지컬등 중
유명하고 인상적인 장면들을 편집한 짧은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이안 맥킬런이나 주디 덴치처럼 낯익은 유명 배우들의 연기를 보고 있는데
앗!!! 데이비드 테넌트의 연극 Look Back in Anger 의 한 장면도 보인다.
반가워서 동영상으로 찍어봤다.




헤벌쭉거리면서 영상을 보고 있는데 누군가 옆에서 말을 건다.

아저씨: 이 필름 같은걸 계속 반복해주는거니? 아니면 다른 게 또 나오는거니?

나: 음.. 아마 같은 필름을 반복해서 보여주는거 같아 (이미 같은 걸 다시 보고있는 중이었음 )

아저씨: 너 드라마 공부하는 학생이야?

나: (옴훠 학생이라니 므흣하구나) 아니 그냥 연극 보는 걸 좋아하는것 뿐이야 

아저씨: 그럼 영국에 영어 공부하러 온거야?

나: 아니 관광하러 왔어

아저씨: 어디서 왔는데?

나: 한국에서

아저씨: 노쓰야 싸우쓰야?

나: (이봐요 아저씨 노쓰 코리안 만나보셨수?) 싸우쓰

아저씨: 그렇구나 런던 어때 마음에 드니?

나:  응 너무너무 좋아 (씐나)

아저씨 : 런던 물가가 너무 비싸지?

나 : 그래도 박물관이나 갤러리는 무료라서 좋아 (이래뵈도 한국 짠순이거든)

아저씨 : 영어는 어디서 배웠어?

나: (어디서 배우긴?)학교에서



흠.. 일어서서 가려는데 슬그머니 따라오며 말을 거는 이 아저씨가 슬슬 귀찮아진다.

아저씨: 다음은 어디로 갈거야?

나:(어디로 가는 줄 알면 따라오려구?) 이제 호텔로 돌아갈거야

아저씨: 혼자서?

나: (그건 왜 물어?) 아니 친구랑 만날 거야 (뻥이야)

아저씨: 어디서?

나: 얼스코트역

아저씨: 아..그래?  Have a nice day!  실망한 표정으로 뒤도 안돌아 보고 사라진다.





그냥 친절한 사람일 수도 있지만 혹 박물관에 상주하며(?) 나처럼 어리버리한 여행객들을 꼬시려는 사람인가 싶기도 해서 기다리는 일행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혼자하는 여행이라 그런지 낯선이에 대해 경계심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시간을 보니 사치 갤러리까지 보기엔 너무 늦은 거 같다. 내일 새벽같이 일어나 나가야 하기에 아쉽지만 이만 숙소에 돌아가기로 한다. 근처에서 74번 버스를 타고 얼스코트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런던의 풍경들을 바라보며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