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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ho의 여행

겁 많은 처자의 나홀로 런던 여행기 6 (테이트 모던,부러운 영국인들)




이 날은 카메라를 놓고 나온 탓에 이번 포스팅에는 그나마 사진이 더 없다.

올려놓은 몇장의 사진도 이튿날 다시 찍은 것이다.
안그래도 허접스러운 포스팅이 더 볼게 없겠지만 양해해 주시길

 ..........





영국 박물관-세인트 폴 대성당- 밀레니엄 브릿지- 테이트 모던

4월12일 화요일 여행 넷째 날
오늘은 우리나라에서는 대영 박물관으로 불리는 영국 박물관에 가는 날이다.
(영국인 스스로도 British Museum 으로 부르는 박물관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왜 굳이 대영 박물관이라 부르는지 모르겠다. 박물관에 전시된 각종 유물들이 주로 다른 나라에서 훔치고 약탈한 것들임을 생각하면 더욱 대영 박물관이라 부르기 싫어진다.)



감기 기운이 있는 거 같아 걱정하면서 잠이 들었는데 다행히 아침에 일어나니 컨디션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하늘은 맑은데 기온은 어제보다 더 내려간 거 같다.
바람까지 불어 초 겨울 같은 느낌 
나처럼 영국박물관이 오늘의 첫 코스라는 숙소 룸메이트와 출발
역이름이 정확히 기억 안나지만 아마도 홀본역이었던 듯? 역에 내려서 5~10분 정도 걸어서 바로 영국박물관을 찾았다.(런던에서만 제대로 작동되는 길 찾기 레이다?!)
증명사진용 박물관 외관을 찍으려고 가방을 뒤적이는데 아뿔사! 카메라를 놓고 나왔다.
뭐 사진에 목숨거는 스탈이 아니라 별로 아쉽지는 않다.
(그래도 나중에 이런 포스팅을 할 줄 알았다면 빌려서라도 꼭 찍었을텐데.ㅠㅠㅠ) 
함께 온 동행과 박물관 정문 로비에서 3시간 후에 만나기로 하고 각자 관람을 시작했다.
제대로 보려면 며칠이 걸린다고 하는데 일정상 가장 관심이 가는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 전시관을 중점으로 보기 시작했다.
먼저 가장 유명한 이집트관에 들어서니 역시나 영국 박물관의 마스코트(?)인 로제타석 앞에 온갖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벌떼처럼 모여있다. 
영국 박물관을 관람한 분들의 감상 중에 자랑스럽게 다른 나라에서 약탈하고 훔친 물건들을 전시해 놓은 것을 보노라니 심사가 편치 않다는 글들을 많이 봤는데 어느 나라 어느 지역에 있는 무슨 신전 기둥 몇 번째에서 뜯어온 조각이니 어쩌니 하며 자세한 설명과 함께 전시된 예술품들을 보니 어째 나도 슬슬 배알이 꼴린다.
아마도 오랜세월 다른 나라들에게 침략과 약탈을 당해 온 역사를 가진 한국사람이라서가 아닐지..
하지만 자세한 설명과 함께 세심하게 전시된 예술품들을 보며 이들이 문화재와 예술품에 들이는 공이 얼마나 대단한가에 대해서는 부러운 마음이 든다.
내 나라 국보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홀랑 태워 먹는 어느 나라에 비하면 더욱..


알찬 전시품들에 홀려 정신 없이 구경을 하다 문득 시계를 보니 약속한 시간이 다 됐다.
동행을 먼저 보내고 좀 더 볼까 생각하다 함께 점심을 먹기로 약속한 걸 생각하고 아쉬운 발걸음을 뗏다.
근처 작은 까페에 들어가서 애플파이와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애플파이도 너무 닷맛을 싫어하는 내 입에 꼭 맞을 정도로 적당히 달고 고소했고 커피도 아주 부드럽고 맛있었다. 
유명 관광지 근처라 가격이 비쌀 줄 알았는데 3.6 파운드(7000원 안팍)정도 가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세인트 폴 대성당으로 가기 위해 근처에서 버스를 탔다.
종교를 물어보면 카톨릭이라고 하는게 민망한 사이비 신자지만 성당의 모습은 신에 대한 경외심이 느껴질 만큼 장엄하고 아름다웠다.
입장료를 내고 꼭대기까지 올라갈까도 생각했지만 유럽에서 온 단체 관람객들로 바글거리는 것에 정신이 없고 다음 일정인 테이트 모던에 갈 체력은 남겨 놔야 할 거 같아 그냥 나왔다. 언젠가는 세인트 폴 성당에서 미사를 볼 수 있기를 기원하며 ..
 

이제 동행과 헤어져 밀레니엄 브릿지로 향한다.
기대가 컷던 탓인지 실제 모습은 명성에 비해(?) 조금 실망스럽다. 어째 짓다 만 것 같기도 하고 ..-_-
찬바람에 스카프를 꽁꽁 싸매고 다리를 건너 테이트 모던으로 향했다.




멀리서 찍은 밀레니엄 브릿지


 



2000년 5월12일 문을 연 테이트 모던
내부도 멋지지만 외관도 현대 미술과 잘 어울려 보인다. 


영국 미술만을 관리해 오던 테이트 갤러리가 다른 나라 미술들도 다루면서 규모가 커지자 80년대 후반 현대 미술을 다루는 갤러리를 따로 설립하기로 결정 당시 버려진 뱅크사이드 발전소를 개조해서 사용하기로 한다.
발전소 개조를 위해 국제 설계공모전을 열었는데 70여개가 넘는 응모안 중 스위스 건축가인 자크 헤어초크와 피에르 드 뫼롱의 설계가 채택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다.



테이트 모던으로 들어간다



가슴이 두근두근


 

발전소 내부를 그대로 살린 탓인지 초현실적 설치 미술 같은 느낌마저 드는 입구




테이트 모던은 보통의 갤러리들과는 달리 테이트 모던의 상설 전시는 연대순이 아니라 주제별로 전시된다는게 특징 때문에 전시되는 예술품들이 자주 교체 된다 한다.
(테이트 갤러리는 Tate Britain.Tate Modern.Tate St Ives.Tate Liverpool 네 곳으로 나뉘어 있다) 
만일 테이트 모던에서 특별히 원하는 작품을 보기를 원한다면 미리 검색을 해보고 방문해야 할 것 같다.
피카소.마티스.잭슨 폴락.리히텐슈타인.뭉크 앤디 워홀 .몬드리안 .세잔느.모딜리아니... 두말 하면 입아픈 거장들의 미술품들을 감상하면서 원한다면 언제나 그것도 무료로 볼 수 있는 영국 사람들이 마냥 부럽기만하다. 
그것도 이렇게 멋진 공간에서!!!
설치미술을 감상하다 너무 아름답고 환상적인 작품이 있길래 작가 이름을 보니 Do Ho Suh 한국 출신 작가라고 한다. 내 옆의 젊은 외국 아가씨 두명이 뷰리~풀을 연발한다. 흐흐 괜히 내가 으쓱해진다.
열심히 감상을 하고 테이트 모던에 다녀 온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강추하는 7층 카페로 올라간다.
우와~~~역시나 창 밖으로 펼쳐진 템즈강과 주변의 풍경들이 마치 파노라마 사진처럼 시원하게 펼쳐진다.





이튿날 다시 올라가 세인트 폴 성당과 밀레니엄 브릿지가 보이는 부분만 찍어 봤다.
실제 육안으로 본 풍경은 절대!! 이렇게 허름하지 않다. ㅠㅠㅠ 


 
사실 미술에 별로 관심이 없고 관광코스로 대충 둘러 보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영국 박물관과 테이트 모던을 하루에 다 본 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욕심이다. 나 역시 영국 박물관을 봤다고 이야기하기 민망할 만큼 극히 일부분만 관람했고 테이트 모던에서도 꽤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아쉬움이 컸다.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많이 보려고 아등바등 하지 말고 여유롭게 런던을 즐기자고 생각했지만 하루에 두개의 갤러리를 일정에 집어 넣다보니 욕심만 앞서 체력 소모가 많았던 거 같다.
숙소에서 영국만 20일 일정으로 온 여행객들을 만났는데 어느정도 그 나라를 봤다고 하려면 최소 그 정도의 기간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숙소로 돌아가기위해 다시 밀레니엄 브릿지를 건너 블랙프라이스 역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런 줸장#$##@

공사 때문인지 역이 패쇄됐다.
날이 흐려서인지 역 주변도 더 을씨년스러워 보인다. 갑자기 피곤이 몰려온다.
물 먹은 솜같은 몸을 이끌고 한 정거장을 걸어 맨션 하우스역에서 튜브를 탔다.
퇴근 시간과 맞물린 탓인지 튜브안은 인산인해 전철 안에서 들리는 말은 온통 쏘리. 익스큐즈미 .노 플러블럼이다
(나도 런던에서 가장 많이 쓴 영어. -_-;;)

이렇게 금쪽같은 하루가 또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