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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ho의 여행

겁 많은 처자의 나홀로 런던 여행기 4 (기차타고 버스타고 세븐시스터즈로)


숙소에 돌아가서 쉬는데 다른 방에 묵고 있던 사람들이 브라이튼 해변에 있는 세븐 시스터즈에 함께 가자고 제의를 한다.
(영국의 기차나 버스는 미리 예매를 안하면 표 값이 몇배로 비싸지만 당일이라도 4명이 함께 그룹으로 묶어 표를 구입하면 싼 값에 표를 살 수 있고 런던아이 같은 유명 관광코스의 입장료 할인 쿠폰이 들어 있는 책자도 준다)
스케쥴을 짤 때 혼자 외곽에 나간다는 부담감도 있고 런던만 보기에도 일정이 빠듯할 거 같아 아예 런던 이외의 관광은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기회에 여럿이 묻어서(?) 하는 여행도 재밌을 거 같아 수락했다. 
당초 캠튼 마켓에 가려고 했는데 캠튼 마켓은 평일에도 열린다니 나중에 보기로하고 쿨하게 포기
사실 브라이튼과 세븐 시스터즈 대한 정보라고는 예전에 영국 관광에 대한 검색을 하다 어떤 블로그에서 읽은 포스팅이 다였다.
당시엔 그냥 참 예쁜 곳이구나 지나쳤던 기억뿐이라 차라리 한국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옥스포드나 캠브리지가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했지만 조금은 덜 알려진 곳을 본다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브라이튼 세븐 시스터즈 - 펍

4월10일 일요일

런던 여행 시작 두번째 날이 밝았다.
와~~~오늘 날씨도 예술. 룰루랄라~~
세븐 시스터즈에 간다는 사람이 두배로 불어나 8명이라는 소부대가 됐다.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채 남의 뒤만 졸레졸레 따라가는 패키지 여행객 신세지만 맘은 편하다.ㅋ

여행 비용으로 한사람 당  20파운드씩 걷고 빅토리아 역에서 브라이튼으로 가는 기차표를 샀다.
사람들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1시간 반 정도 가니 브라이튼 역이다 





브라이튼 역 표시가 정면으로 오게 찍어야하는데 .. 구도가 이따위라 죄송하다.ㅠㅠㅠ
역 안에 있는 가게에서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과일, 음료등을 사고
영국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20펜스 내고 화장실도 다녀왔다.
돈이 조금 아깝기는 하지만 이것도 영국에서 경험하는 관광체험이라고 애써 위안을..-_-;;

(영국 화장실은 공짜가 별로 없다. 유명 관광지 공중 화장실은 50펜스(1000원 꼴)까지도 받는다.
공원.갤러리.박물관.백화점등은 무료지만)
 



브라이튼 역을 나오니 버스 정류장이 세군데다
무슨 번호의 버스를 어디서 타야하는지 알려주는 사람마다 달라서 잠시 우왕좌왕
여기저기 물어보고서 13x 번이 세븐 시스터즈 꼭대기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사진 속 정류장이 아니라 내가 사진을 찍은 자리가 13x 번을 타는 정류장이다. (역에서 나와 좌측)


버스를 기다리다 지나가는 다른 버스 궁둥이도 찍어보고



근처 가게에서 파는 버스 티켓 
이거 한장을 사면 브라이튼에서 하루종일 버스를 탈 수 있다. 
즉석 복권처럼 그날 날짜를 긁은 다음 그 위에 투명 테이프를 붙이고 사용한다.
뭐 이렇게 불편하게 만들었냐며 투털 대면서도 열심히 긁었다. 


역시나 이층 버스를 타자마자 맨 앞자리로 고고씽
뜨거운 햇살에 땀이 뻘뻘 났지만 


아름다운 영국 전원 풍경을 감상하며 세븐 시스터즈까지 한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영화에서나 보던 작은 시골 교회와 무덤들





내릴 때가 다 돼 가는데 어디서 내려야하는지 영 감이 안잡힌다.
내려가서 버스기사에게 물어봐야하나 어쩌나 서로 의견을 말하는 중에 
버스안에 한국인 같은 여행객을 발견하고 물어보니 일본인이라고 한다.
우리 일행 중 영어는 물론 일본어에도 능통한 분이 있어서 자세한 정보를 얻었다.
그 분이 가진 일본 여행 책자에는 내리는 곳, 버스 번호, 시간 등등이 아주 자세히 나와 있다고 한다.
사실 나도 천편일률적이고 무성의한 우리나라의 여행 책자는 사놓고도 거의 들여다 보지 않았을 만큼 이번 여행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구글 검색이나 다른 여행객들에게서 얻는 정보가 훨씬 더 자세하고 정확한 듯 하다.









다음은 세븐 시스터즈의 아름다운 풍경들이다.
어쩔 수 없이 사진을 올리면서도 포스팅을 보는 분들에게 너무 죄송하다

너의 아름다움을 이 따위로 찍어버린 나를 용서해


 


왜 다들 여행을 가면서 좋은 카메라에 무거운 삼각대까지 바리바리 싸들고 가는지
이 곳에 와서 이해가 됐다. 
나중에 함께 간 일행들의 제대로 된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을 받으면 바꿔 올리겠다.
 


 역시 오늘도 시차적응 안된 카메라에 10일이 11일이라 버젓히 찍혀있다....;;;


다들 아슬아슬 까마득한 절벽 끝에 앉아서 사진들을 찍는데 나는 보는 것 만으로도 오금이 저린다.
앉은 사람도 그렇지만 절벽 가장자리에서 사진을 찍어 준다고 몸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면서
저러다 떨어져서 내일자 영국신문에 나는거 아닌가 나혼자 오만 잡 걱정을 했다.-_-;;;


하지만 용감한 한국인들의 기개는(?) 세븐 시스터즈에서도 빛을 발했다!
내 사진은 한장도 없는지라 올리지는 못하지만
확인해 본 사진들은 위험을 감수한 만큼 예술이었다.
나중에 세븐 시스터즈에 가시는 분들은 꼭 절벽에 앉아서 사진 한장 찍어오시길


한바퀴 둘러본 세븐 시스터즈 전경
절벽에 앉아 포즈를 취하는 용감한 친구들!



내려가는 길에 영국인 노부부가 말을 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을 잘 모른다고 솔직히 말씀하신다.
세븐 시스터즈가 너무 좋아서 자주 온다고 하시며 
일년에 몇센티(정확히 기억 안남)씩 절벽이 가라 앉는다고 말씀해 주셨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다시 빅토리아 역으로 향하는 기차를 탄다.
이번엔 옆 자리 노 신사분이 말을 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에 대해 잘 모르지만 태국에 갔을 때 거기 사람들이 한국 드라마도 많이 보고 한국사람처럼 옷을 입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고 하신다. 
눈이 마주치니 미소를 지으면서 모자챙에 손을 대고 살짝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신다.
작은 행동이지만 자연스러우면서도 멋지다. 


몸이 너무 피곤하지만 저녁에 동네에 있는 펍에 간다고 하길래 영국식 펍의 분위기가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술도 못하면서 냉큼 따라 나섰다.
오호라 숙소 여성동지들이 강추하면서 이 펍으로 들어온 이유가 있었구나
바텐더가 잘생긴 미남이야~~잇힝 

누군가 영국 남자 외모를 80% 루니와 20% 베컴과로 나뉜다고 우스갯 소리를 하던데
최소한 런던에 사는 영국 남정네들은 잘생긴 사람이 더 많았다.(선택적으로 눈길이 갔는지 모르지만 ㅋㅋ)
여성들도 날씬하고 예쁜 사람이 많았다 
아마도 어느나라나 대도시의 사람들은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탓이 아닐까 싶다.



펍에 있는 영국 사람들을 보니 다트 놀이도 하고 흥겨운 음악에 춤도 추면서 나름 떠들썩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
다들 즐겁게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눈이 슬슬 감긴다.
아무래도 숙소로 돌아가서 자야할 것 같다.


내일은 본격적으로 갤러리 탐방을 시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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