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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ho의 여행

겁 많은 처자의 나홀로 런던 여행기 10 (집으로!!)





4월16일 토요일
마지막 날
집을 향해 출발!!!!

히드로 공항 - 세레메티예보 공항 - 인천 공항

8시 55분 비행기라 적어도 2시간 전 공항에 도착하려면 적어도 6시에는 나가야 할 거 같다.
얼스코트 역에 알아보니 히드로 4터미널에 가는 첫 차가 6시 4분에 있다고 한다.
대충 계산을 해보니 6시40분에서 45분 정도면 공항에 도착이 가능할 거 같다.
그래도 툭하면 공사다 파업이다 운행을 중지하거나 서지 않는 역이 생기는 변덕스러운 영국 공공 교통 시스템이 영 불안하다. 예기치 못한 지하철 파업 때문에 길에서 우왕좌왕하다 결국 비행기를 놓쳤다는 어떤 분의 글도 생각나고..
튜브를 비롯한 런던의 대중교통에 대한 자세한 스케쥴을 알 수 있는 홈페이지 http://www.tfl.gov.uk/ 에 들어가 내일 피카딜리 라인이 정상 운행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잠자리에 든다.
알람을 두개나 맞췄지만 불안함 때문인지 자다 깨다를 반복 결국 5시도 안돼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일찍 잠에서 깬 같은 방 동생과 인사를 하고 숙소를 나와 얼스코트역으로 간다.
시계를 보니 5시반. 아직 첫 차가 올 시간이 아니지만 한 두명씩 튜브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나타난다.
예상보다 13분정도 일찍 온 히드로 4 터미널 행 튜브를 탄다. 혹시나 예정시각 보다 늦게 올까봐 초조했는데 다행이다. 이미 튜브 안에는 커다란 여행가방을 들고 공항으로 가는 사람들이 꽤 많이 앉아있다.
혹시나 하는 맘에 옆에 앉은 여자에게 히드로 4터미널 행이 맞는지 다시 한번 확인한다.
6시 40분이 조금 넘어 도착, 5파운드 디파짓 외에도 아직 4파운드나 남은 오이스터 카드를 리펀을 할까 창구를 기웃거려 본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빈 창구를 보며 그냥 기념으로 가져가기로 한다.(언젠가는 다시와서 쓸 수 있기를..)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발 층으로 올라간다.
공항 안쪽에 위치한 아에로 플로트 데스크 앞에 있는 무인발권기를 이용해 발권을하고  짐을 부친 후 검색대를 향한다.
두 개의 가방 중 화장품이 든 지퍼백과 선물용으로 산 홍차를 넣은 쇼핑백이 든 가방을 손에 들고 저쪽에서 검색대 직원이 나를 부른다.
캥길만한게 없으니 당당하게 앞으로 간다.

친절한 표정의 동양계 아저씨가 가방을 주며 묻는다. 
"이거 니 가방이니?"
"응"
"열어봐"

주욱 자크를 연다. 가방 안에는 티셔츠 한 벌과 바지. 화장품이 든 지퍼백과 선물용 차봉지가 든 쇼핑백이 전부다.
쇼핑백 안에 든 차 거름망을 꺼내더니 신기한 듯 요리 조리 살피는 아저씨
"이건 뭐니?"
"차 만들 때 쓰는 거야"
"재밌게 생겼네? 아이디어 좋다.어디서 샀어?"
"코벤트 가든에 있는 티숍"
이 아저씨 거름망을 다시 박스에 집어 넣으며 묻는다
"일본으로 돌아가는 거니?"
"아니 한국( 뭐얏!!)"
"아 그래? 잠깐만 여기서 기다려"  화장품이랑 차봉지를 넣은 쇼핑백을 가져가 다시 한 번 엑스레이에 통과시키고 돌려준다

뭐냐 차 거름망이 무슨 무기인 줄 알았나? ㅋㅋ
자 이제 정말 떠나는 일만 남았다.
아직 게이트 번호가 뜨기 전이므로 면세지역을 여기 저기 다니며 구경을 한다.
(히드로 공항은 발권을 할 때 티켓에 게이트 번호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검색을 마치고 면세 지역으로 들어가면 계속 Flight Screen을 확인해야하는데 보통 보딩 타임 40~45분 전쯤에야 게이트 번호가 뜬다.) 
잠시 이곳저곳을 구경하다 조카들에게 줄 초컬릿과 생수 한 병을 사들고 비행기에 오른다.
4시간의 짧은(?) 비행끝에 모스크바 세레메티예보 D터미널에 도착한다.
새로 지은 곳이라 깨끗하긴 한데 F터미널과 다르게  transit.transfer 라고 쓰인 곳이 안보인다.
아에로플로트 안내 데스크에 물어보니 바로 근처에 있는 international connecting flight 라고 표시된 쪽을 가르킨다.
(비행기에서 내려 조금만 걸어가면 바로 앞에 제법 규모가 큰 둥그런 아에로플로트 안내 데스크가 보이고  우측 뒤쪽으로 international connecting flight 라고 쓴 곳이 보인다.그곳으로 가서 검색 절차를 밟으면 된다)
보안검색을 마치고 D터미널에서 F로 걸어서 이동한다.
시간이 여유롭다면 시설도 안 좋고 담배연기로 꽉찬 F터미널 보다는 쾌적한 D나 E터미널에서 대기하다 이동하는 것이 좋을 테지만 대기시간이 길어 잠을 자고싶은 여행자들에게 팔걸이가 있는 D터미널과 E터미널 의자는 불편할 수 있다.
5시간의 대기시간 동안 가져간 노트북으로 영화도 보고 같은 비행기로 돌아가는 한국 분과 여행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탑승 시간이 다가오면서 게이트 앞에는 한국에서 온 단체 여행객 아주머니들로 시끌시끌하지만 그런 아줌마들의 수다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이제 인천공항을 향하는 아에로플로트를 탄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졸음이 쏟아져 8시간의 비행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를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잤다
그 와중에도 밥은 꼬박꼬박 챙겨먹었...
다 ;;;
 

정시 출발. 정시 도착  






그리운 한국이다.(누가 보면 몇 달은 외국에 있다 온 줄 알겠구나 .. ^^;;)
런던에 처음 도착했을 때처럼 한국에 도착한 것이 실감 안난다.
무슨 순간이동을 한 것만 같은 느낌인걸?




내국인 줄에 서서 초고속으로 입국절차를 밟고 짐가방을 찾아 공항을 나선다.


아... 역시 내 나라가 좋구나...  








안녕 얼스코트...




히드로 4 터미널까지 열세 정거장

 



물집 한 번 잡히지 않고 씩씩하게 잘 걸어다닌 고마운 내 발 



 
세레메티예보 공항에서 인천 공항으로 갈 비행기를 기다리며 





런던 여행기를 마치며 

처음 런던 여행을 계획하면서 세세하게 일정을 정하지 않았다. 많은 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조언이 아무리 열심히 일정을 짜도 현지에 가면 상황이 변한다는 것, 타이트한 스케쥴대로 움직이려고 아등바등할수록 신경만 날카로워지고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잃어버린다는 말들이었다. 공감이 가는 이야기라 나도 미리 자세한 스케쥴을 짜가지 않았고 보고 싶은 것들의 목록만 지역별로 묶은 간단한 루트만 작성, 현지에서 그때 그때 융통성 있게 움직이려고 노력했다.
남들이 보기에 별로 효율적인 코스는 아니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눈에 띄는데로 발 닿은데 다니면서도 결국 내가 원하는 것은 거의 다 보고 온 거 같다 (사치 갤러리와 애비로드는 결국 보지 못했지만..ㅠㅠㅠ)
다른 여행지들도 그렇겠지만 런던은 개인의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하루 이틀이면 볼 게 없는 심심한 도시가 될 수도 한달을 있어도 볼 게 넘쳐나는 곳이 될 수도 있다.
나에게 런던은 후자의 도시였다. 지낼수록 보고 싶은 것도 많아지고 가고 싶은 곳도 많아지는 매력있는 곳..
하지만 돌이켜 보면 나 역시 욕심이 앞서 결국 수박 곁 햝기식에 가까운 관광만 하다 왔다는 후회가 밀려 온다.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런던에 가고 싶다. 그 때에는 좀 더 여유롭고 깊이있는 여행이 되도록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