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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 Feet Under

Six Feet Under에 대한 이야기들

<식스 핏 언더>라는 드라마를 소개하기에 앞서, 이 생소하기 짝이 없는 제목의 의미부터 밝히는 것이 먼저일 것 같다. 왜냐하면 제목 자체에 작품의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식스 핏 언더(Six Feet Under)’는 직역하면 ‘6피트 밑’라는 의미가 된다. 이것은 관을 땅 속 6피트 깊이로 묻는 것을 나타내는데, 결국 ‘죽은 사람’을 상징하는 표현이 된다(열렬한 메탈 팬들이라면 유명한 데스 메탈 밴드의 이름을 먼저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즉, <식스 핏 언더>는 죽은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그렇다고 이 작품의 주인공이 유령이나 좀비인 것은 아니다(물론 유령이 나오기는 하지만, 공포영화적인 감성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표현된다). 오히려 이 드라마는 죽은 사람을 통해 산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된 등장인물은 대를 이어 장의사를 해 오고 있는 피셔 가족. 매 회마다 도입부에서 누군가가 죽게 되고, 그들의 장례를 피셔 가족이 맡게 되면서 다양한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공교롭게도 첫 회에서 죽는 사람은 피셔 가족의 수장인 아버지 나다니엘. 그는 집을 나가 자수성가한 맏아들 네이트를 데리러 공항으로 향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해 그 자리에서 숨진다. 순식간에 공황 상태에 빠진 피셔 가족은 그동안 장의사 일이라곤 손톱만큼도 모른 채 살아왔던 네이트와 함께 자신들의 앞길을 개척해 가야 한다. 드라마는 이렇게 새로운 현실에 맞서며 계속적인 변화를 겪는 피셔 가족의 이야기와 매 회마다 바뀌는 죽은 자의 주변 이야기를 병치시키는 구조로 되어 있다.

여기에 <아메리칸 뷰티>를 통해 충분히 솜씨를 보여주었던 ‘앨런 볼 월드’의 연장으로서, <식스 핏 언더>는 포복절도의 블랙 유머를 통해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생활을 낱낱이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 소재 때문에 어딘지 음습하고 기분 나쁠 것으로 섣불리 상상할 법한 드라마의 분위기는 오히려 매 회마다 반드시 박장대소를 터뜨리게 하는 코미디에 가깝다. 하지만 내용상 장례 절차가 중요하게 취급되기 때문에, 시체의 처리나 복원과 관련된 묘사라든가 일반 TV 방송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거침없는 성 묘사(여기에는 동성애도 포함되어 있다), 마약 흡입, 신체 절단 등 웬만한 성인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들도 속출한다.

일견 완벽해 보이는 미국 중산층 가족의 허위를 파헤쳤던 <아메리칸 뷰티>와 마찬가지로, <식스 핏 언더> 역시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만 같은 삶을 갑자기 빼앗긴 죽은 자들과 남겨진 사람들을 통해 인생이란 얼마나 덧없는 것인가를 냉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코미디와 블랙 유머, 삶과 죽음, 현실과 판타지라는 양면을 동시에 다루는 <식스 핏 언더>는 이러한 참신한 설정과 함께 확고한 개성을 확립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렇듯 소재와 그 표현수위만으로도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충분히 자극하는 <식스 핏 언더>는 지난 1999년 <아메리칸 뷰티>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앨런 볼이 창안한 TV 시리즈다. 2001년 6월 HBO 채널에서 첫 방영된 이후 현재 시즌 5까지 완료된 상태이다

최종회는 전미 390만명의 시청자가 관람한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이것은 HBO 사상 최고 시청자수인 <식스 핏 언더> 시즌 4 첫 회의 410만명에 근접한 것이다.

시즌 5는 방영 초기 원래의 일요일 밤이 아닌 월요일 밤으로 방송 시간을 옮겼는데, 이 때문인지 예년에 비해 다소 주춤한 시청률을 보였다. 그러나 다시 일요일 밤으로 옮긴 뒤 최종회에 가까워지면서 점차 호전되기 시작한 것. HBO의 자체 분석에 의하면 시즌 5의 평균 시청자 수는 250만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것은 전 시즌 평균인 370만명에 비하면 부진한 결과다.

독특한 소재와 참신한 구성, 탄탄한 연기로 방영되자마자 전 미국의 안방극장을 들끓게 한 이 작품은 2002년 골든 글로브 최우수 TV 시리즈상 및 여우조연상, 2002년 에미상 6개 부문 석권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제작자인 앨런 볼은 파일럿(첫 회)을 비롯한 몇몇 에피소드를 직접 감독하고 각본을 쓰기도 했으며, 배우 캐시 베이츠도 에피소드 2편의 감독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그녀는 직접 출연도 하였다). 이외에도 <아메리칸 뷰티>에서 볼과 인연을 맺었던 작곡가 토마스 뉴먼이 메인 타이틀곡을, 스타일리쉬한 비주얼로 <식스 핏 언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가 된 오프닝 타이틀을 시각효과 팀인 디지털키친이 맡는 등 각 분야에서 최고의 인재들이 참여한 고 퀄리티의 드라마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 <카니발> 등 항상 영화 못잖은 충실한 만듦새의 TV 시리즈를 선보여 왔던 HBO의 작품이니만큼 재미와 감동은 확실히 보장될 것이다

 

- 씨네 21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