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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x Feet Under

식스핏언더에 언급됐던 책 STIFF


 

 

사람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뭘까?

단순히 물리적으로 생각해 봤을때...그리고 전통적으로 봤을때...

죽음이란...영혼이 있고 없고를 떠나 더이상 인간으로서 가지는 가치내지 그 효용성이 사라지는 것을 말한다.

당연하다고?

음... 당연히...당연하다. 그런데...이걸 약간만 비틀어..죽어서도 그 가치나 효용성을 계속 유지시킨다면 어떨까?

그럼 죽음이 아닌가? 이 책에선...부제(한국어판 제목)로 달아놨다. 원제는 '스티프'이고..부제는...'죽음 이후의 새로운 삶'으로..

저자인 '메리 로취'의 말을 빌어  "이 책은 사체들이 해온 일에 대한 것으로, 기괴하고(간혹) 충격적이며(종종) 흥미롭다.(언제나)" 라고 표현되어 있다.

이 책은 사체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가령 단두대(기요틴)에서 잘린 머리가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조사에 대한 이야기, 사체를 해부하는 과정과 사체의 부패과정에 대한 이야기, 총알과 폭탄에 폭발력을 알아보기 위해 쓰이는 사체에 대한 이야기, 비행기 폭파 사고의 원인을 찾고자 그 사고에서 죽은 시신을 통해 진실을 추적해가는 이야기, 그리고 사체를 요리해 먹는 이야기...등등...사후 인간의 몸과 관련된 잡다하면서도 굉장한 정보를 알려준다.

이 책은 역시나 좀 끔찍하다.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미국 드라마 CSI의 검시 과정은 미성년자 관람용으로 여겨질 정도이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그러한 비위 상하게 하는 표현들을 이 책의 저자인 '메리 로취'의 특유의 유머로 상당부분 완화시킨다. 도대체 이 여자('메리 로취')는 모든 상황을 낙관적으로 생각하는지..혹은 시니컬하게 생각하는지 알수가 없다. 비록 보기엔 추하게 보일 지 모르는 시체에 관한 이야기들을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 점은 대단히 긍정적이지만, 말도 할 줄 모르고 고통도 느낄 줄 모르는 사체의 처리 혹은 대우는 그리 별 문제될게 없다는 부분에서는 대단히 시니컬하다. 저자 입장에서는 보기 드문 구경들을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긍정적이든, 냉소적이든 말이다.)

이 책의 제목인 '스티프'는 미국 속어로 사후 경직화된 시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 말 자체에 '딱딱한, 경직된, 굳은'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으니까...시체라는 말로 쓰여도 이상할 것 없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단두대(기요틴)에서 잘린 머리가 주변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왔다. 이 점은 나도 예전부터 궁금해왔던 것 중의 대표적인 것이다. 이 부분은 인간의 영혼이 뇌에 있는지 심장에 있는지에 관련한 또 다른 역사적 논쟁도 뒤따라 소개한다. 그리고 또 흥미로운 부분은 역시나 앞서 말한 비행기 폭파 사고와 관련하여 희생자들의 시신들을 통해 폭파과정 혹은 원인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암튼, 사체를 기증한 뒤 이 사체들이 어떻게 쓰이는 지에 대한 여러 예시들은 소름끼칠 정도로 충격적이면서도 역시나 흥미를 끌었다.(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감정의 모순이 생기더라...) 

누구(혹은 어느것)는 부패과정에서 실험체로 쓰이고, 누구(혹은 어느것)는 자동차 충돌 실험에서 어느정도 부상당할지의 물리적 손상에 대한 연구에 쓰이고, 어느 사체(혹은 '누구'이거나 '어느것')는 역시나 해부학 실습용(여기서는 특히 성형외과쪽)으로 쓰이는 것등.. 우리가 이미 알고 있거나 모르고 있는 수많은 부분에서 이미 쓰여지고 있는 시체에 대한 이야기이다.

솔직히, 이 책을 읽으면 그 당사자(사체 기증을 한 죽은이)가 죽은 뒤에도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지..혹은 새로운 삶이 결코 우리가 생각하듯이 낭만적으로 그리고 숭고하게(단순히 보기에는) 쓰이는 지에 대해 좀 반감도 들 것이다. '나는 죽어서 사체 기증을 할 것이야'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자연스레 인상 찌푸리게 될 정도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만큼 힘든 것이기에 사체 기증은 역시나 숭고하다고 말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예전에 <인체시장>이라는 책을 읽었는데...이 책은 인간의 몸을 떠나 아주 미세한 부속물(유전인자까지를 포함한)을 다루는데 반해..이 책은 거시적으로 우리의 몸 혹은 그것의 부분(절단되거나 파헤쳐진)을 다룬다. 두 책이 그만큼 차이는 있지만, 전자의 책은 법률적인 해석의 바탕으로 인체를 가지고 하는 실험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말했다면, 이 책(후자)은 법적인 것을 떠나, 오직 기증된 사체를 가지고 요리(?)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저자의 생각들을 보여준다.(특유의 유머로서...)

분명... 우리 사회는 산 자와 더불어 죽은 자들의 노력의 결과일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은 자들의 노력이 없다면, 분명... 산 자는 죽은 자와의 경계가 지금 처럼 분명하지 않을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죽은 자를 이용한 연구를 통해 산 자들의 목숨이 더욱 더 연장되고 있다는 의미...)

저자의 생각은 곳곳에 잘 드러난다. 죽은 자를 가지고 행하는 끔찍한 연구는 어떻게든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생각 말이다. 그녀는 이미 결론 지어 놓고 이 책을 썼으리라. 그래서 너무나 리얼하고..그리고 정말 끔찍하며 불쾌하더라도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결론을 짓지 못한 다른 사람들의 배려는 안중에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녀가 이 책을 저술하는 와중에 자신이 죽고 난 후 시신을 기증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그녀는 필히 이런 식으로 리얼하게 쓰지는 못할 것이다.) 시신을 기증한 망자나 혹은 그 유가족에 대한 배려는 이미 그 시신을 다루는 분야의 사람들이 충분히 했을 거라는 것이 역시 그녀의 생각이다. 그녀가 배려할 부분은 아니지 않은가.

암튼..왠지..어딘가에서 무슨 시체 썩는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이 책은 시각적인 부분뿐만 아니라...후각적인 부분에서도 굉장한 상상력을 불어넣어 준다.

그래서 이 책이 흥미롭다.

참...자신의 시신을 기증할 사람은 되도록이면 보지 않는게 좋을 듯 싶다.

그래도 봐야겠다면, 그리고 본 후에도 결심이 변하지 않는다면, 분명 그 사람은 인류를 사랑하는 성자(聖者)일 것이다. ^^"


 

 

식스핏언더 중에 이 책이 언급되서 찾아봤더니

우리나라에서도 출판이 됐더군요

바로 사서 읽었는데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위의 내용은 다 읽은 후의 제 느낌을 그대로 잘 설명해준 거 같아서

알라딘 책 리뷰에서 퍼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