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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 Death

그저 솔직한 감정을 표현했을 뿐인데....(5x1 A Coat of White Primer )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말한 적 있어요?


물론 없죠


왜요?


왜냐하면 저한테 소리부터 지르거나 우니까요

 

다른 사람이
소리 지르거나 울면 안 좋은 건가요?


네 끔찍하죠

 

그래요?
"소외되고 존재감이 없어서 자신이 우주에 뚫린 구멍같이 느껴지는 것"보다 도요?

 

 

 


심리상담을 하면서 그동안 타인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왔던 안드레아는

상담가의 충고를 듣고

언니

친구
아버지
그리고 남편에게

그동안 느꼈던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심정들을 이야기합니다

 

 


가끔 언니의 신세 한탄을 듣다 보면
마치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생겨
언니는 돈도 잘 벌잖아 집은 궁전같지
옷도 55사이즈 입잖아 그것도 살 쪘을 때
언니는 살 몇 kg쪘다고
세금이 너무 많다고 우울해하지만
더 나쁜 내 상황에 대해선 한 마디도 없지

언니 앞에선 마치 투명인간인 것 같아

 

 


세상에
내가... 정말 미안해
내가 너무 내 상황에만
빠져있었나 봐
이렇게 터놓고 얘기해줘서 나도 기뻐

 

 

 

 

 

 

그냥 네가 내뱉는 말들을 내가 들으면 어떨지
생각해달라는 거야

 

 

 

 

 

좋은 소식만을 듣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그럴 땐, 제가 약혼했을 때나
승진했을 때만 아버지가
절 사랑하시는 것 같이 느껴져요
그래서 좋은 소식이 없을 때는
아버지한테 전화를 못 하겠어요
좋은 소식은 그리 자주 있는 게 아니잖아요 아버지

 

 

 

 


 

내가 당신의 감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내가 갖다 바친 저 선물들은 뭐야?
안드레아 이 아파트를 둘러봐
내가 준 저 아름다운 물건들을 봐
저 앤티크 거울은? 곤돌라 모양 재떨이는?
앤 여왕의 청동 난로 받침대는!




여보, 난 담배도 안 피우잖아
우리 집엔 난로도 없어
난 앤티크 싫어
앤티크는 당신 취향이지 난 모던 스타일을 좋아하잖아

 

 

 일어나!

 

여보 뭐 하는거야? 난 그저 내 감정을 이야기하는것....


그렇게 싫으면 돌려줘!

 

 

 

 

남편 레오나드는 솔직한 느낌을 이야기하는 부인에게 격분해서 아내가 앉아있던 의자를 잡아채버립니다

의자에서 내 팽개쳐진 안드레아는 남편이 애지중지하는 청동 난로 받침대에 얼굴을 찔려 죽고 맙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타인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좋은게 좋은거라고 생각하며 솔직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그녀 역시 소극적이고 평범한 여성이었기에  주변사람들에게 느낀 불만을 오랫동안 가슴 속에만 쌓아 두었고 그런 부분이 정신적 스트레스로 발전하면서  결국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된다, 그녀는 상담의의 충고대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 시작하고 의외로 상대방이 그녀의 이야기를 공감해주고 사과까지 받아내자 홀가분한 마음과 함께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느낌마저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세상에는 타인에게도 감정이 있다는걸 무시하는 벽창호 같은 사람도 있고 감정적 교류에 무감각하고 이기적인 사람이 있다는것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는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공감을 받는 이런 시도는 통하기 어렵다는걸 미처 깨닫지 못했던것 같다.

더 나은 삶을 살아보려는 작은 시도의 결과로  어처구니 없는 죽음을 당한 여자의 짧은 이야기는 인생사의 서글픈 아이러니를 보여주는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