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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and..

워낭소리



워낭이란 소에게 매달아주는 방울을 말한다고 한다.
이 다큐에 나오는 소는 무려 40살!
보통 소의 수명이 15년 정도라고 하니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미 늙을대로 늙어 기력이 쇠한 소와 한 쪽 다리가 불편해 걸음을 잘 걷지 못하시는 팔순 할아버지는 너무나도 닮아 있다;
둘은 이 다큐의 영어 제목인 "Old Partner"란 말처럼 인생의 동반자이자 친구이다.
할아버지는 농사를 짓기 위해 소를 부리는게 아니라 소를 위해 농사를 짓는다는 말이 맞는다 할 정도로 모든 일상을 소와 함께 한다.
새벽이면 일어나 소에게 먹일 쇠죽을 쑤고 느릿느릿 늙은 소가 끄는 달구지를 타고 들로 나간다.
그리고 소가 쟁기질한 밭에 불편한 다리로 기다시피 하시며 손으로 씨를 뿌리고 한여름 땡볕엔 농약을 치는 대신 일일이 잡초를 뽑는다.
덩달아 고생하시는 할머님은 남편 잘못 만나 이 고생이라며 농약을 치자고 푸념하시지만 할아버지는 밭에 농약을 치면 소에게 해가 된다며 할머니의 잔소리를 흘려 듣고 사료도 소에게 나쁘다며 농사일을 하다가도 때에 맞춰 소에게 먹일 풀을 베는걸 잊지 않으신다.
어느날 소를 진찰한 수의사가 수명이 일년 정도 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하자 할아버지는 부리는 소를 사러 소시장에 간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요즘엔 일하는 소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할아버지는 직접 일을 가르칠 요량으로 새끼를 밴 젊은 암소를 사온다.
송아지를 낳을 암소에게 우사를 내주고 밖으로 쫓겨난 늙은 소는 불평 없이 묵묵히 내리는 비를 맞는다.
젊은 암소에게 먹일 풀까지 베다 나르느라 할아버지와 늙은 소는 일이 더 많아졌다.
늘 두통에 시달리고 다리 통증에 고생하시는 할아버지는 부쩍 "아파"란 말을 자주 하신다.
병원에서는 혈압도 높고 발까지 아프시니 한사코 일을 줄이라고 만류를 해도 죽기전까지는 그럴 수 없다고 웃으신다.
소와 함께 평생을 해오신 농사일은 이미 할아버지에게는 신앙과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명절에 고향에 내려온 자식들이 용돈을 드릴테니 소를 팔고 농사를 짓지 마시라며 간곡히 권유하자 마지못해 결심을 하고 새벽 일찍 늙은 소를 데리고 우시장에 나간다.
그러나 평생을 같이 해온 소를 고물처럼 취급하는 시장 사람들의 말에  역정을 내고 그대로 돌아오고 만다.
어느덧 하루하루 이별의 날은 가까워 오고
어느날 아무리 고삐를 끌어도 늙은 소는 일어서지 못한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수의사의 말에 할아버지는 소가 평생 지녀온 코뚜레와 워낭을 떼어주고 말없이 소의 곁에 앉는다.
 
 



 
이 다큐에는 치장이 없습니다. 그저 할아버지와 소의 이야기를 마치 편안하게 숨쉬듯이 엮어냅니다.
그러면서도 노동의 신성함이란 말이 어떤 뜻인지를 글자 그대로 감동적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할아버지에게 농사는 삶 그 자체입니다.
그 삶 속에는 바로 오랜 친구이자 할아버지의 아픈 발을 대신해준 늙은 소가 있습니다.
동물을 사랑한다는게 사람처럼 옷을 입히고 매니큐어를 발라주고 털을 염색하고 맛난 음식을 먹이는것 만이 아니라는걸 이 영화는 보여줍니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아픈 몸을 이끌고 소에게 줄 풀을 베고 행여 소에게 해가될까 농약을 치는 대신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며 농사를 짓는 할아버지와는 감히 그 사랑의 깊이를 비교할 수 없을 듯 합니다.
마지막으로 30년을 함께 했던 벗이자 동반자가 남기고 간 흔적인 워낭을 만지작거리던 할아버지의 거칠고 주름진 손이 두고두고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을 거 같습니다.

 
 
 워낭소리 블로그: http://blog.naver.com/warnangsori

할아버님 내외분의 현재 근황이나 그 밖에 여러 재미난 소식들이 올라와 있습니다.
걱정되는건 벌써부터 두분을 성가시게 하는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집으로 들이닥치는 바람에  많이 힘들어 하신다고 해요.
이 영화를 아끼는 평범한 관객으로 집으로에서의 김을분 할머님이나 맨발의 기봉이님처럼 유명세로 고생하시는 일이 없기를 바래봅니다.